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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터닦기
한 달 반의 본격적인 준비 끝에 4월 10일이 창립기념일이 되었다.
할 일의 바다를 바라보며 쪽배도 아닌 대야 하나 띄우고 수영장에서 항해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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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가지 질문은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 그 꼬리를 따라가다보면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길어진다.
밥을 먹는다. 대략 농경을 만 년 전에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지금 이 밥은 만 년 동안 발전한 생산 과정의 결과물이다. 역사는 농경의 발전 과정이 지속적인 개선이 아닌 일정한 간격을 둔 개선임을 알려준다.
농경에 패러다임 이론을 대입해 보면 농경 방식에는 틀이 있고, 그 틀이 오랜 시간의 지식 누적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에 농경의 방식을 바꾸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거시적인 발전과 미시적인 발전의 끊임없는 순환 구조를 거시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하였기 때문에 비판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경험상 우리가 확신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어떤 변화들은 롤러처럼, 다른 어떤 변화들은 톱니처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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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할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았다. 현재 연구 바닥은 '꼬지다.' 현재의 컴퓨터 기반의 많은 연구와 그 진행은 기술적으로는 발전하고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지루하게 오래된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계산기만 좋아지고, 이를 둘러싼 시스템은 그대로다.
연구 발전의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들은 모두 연구 방법론 및 공유 과정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표준화 된 연구 방법론 (연구 / 논문 작성 / 공유) 의 문제점은, 이것이 고전적 과학 탐구의 발전에는 적절한 방법론이지만 연구로 인한 실제적 성과를 공유하는 좋은 방법론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방법’ 의 구체적인 공유가 ‘연구자’ 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학계 구조에 기인한다. 개인적으로 꼽아본 최근 15년 안의 연구 분야 최대의 혁신은 구글 스칼라였다. 그 다음 혁신은 오픈억세스 저널. 그 다음은? 개별 연구 분야들의 혁신은 있었지만 "연구활동" 그 자체의 가치 부여에 대한 준거는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연구와 가치 창출이 특허를 중심으로 이분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걸로도 한 꼭지가 될테니 미뤄두고,
그래서 뭘 하고 싶느냐? 연구 과정을 현대에 맞게 개선하여 연구 활동에 대한 가치 부여 기준을 바꾸는 일을 나름의 방향을 갖고 해 보려 한다. 컴퓨터가 연구자들의 잡일을 줄여주고, 말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기여하고, 그 과정을 다른 단계로 올리는 작업.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컴퓨터와 이루어내는 진보를 어떻게 가속할 지 고민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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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이 바닥을 바꿀 것인가? 생각이 끝난 후 정말 복잡한 것은 '무엇을' '왜' 부분이 아니라 '어떻게' 부분이다. 생각은 쉬운데,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혼자 해서 될만한 일들이 있고 불가능한 일들이 있는데, 이번 일은 후자에 들어가는 일이다. 처음부터 조정 경기를 할 수는 없으니 일의 바다로 나아가기 전에 대야를 수영장에 일단 띄웠다.
주위를 돌아 다니며 여기가 사대문 안 자리인지 아직 왕십리인지 확인하면서도, 고민보다 몸이 먼저 바쁜 나날들이다. 할지 말지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 보고 판단하는게 스타일이라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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