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ipes in {lambda}//reciphys.nubimaru.com/의견 형성 동역학 / 경제 물리학 / 전산 물리학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2016-06-20T18:09:37+09:00Textcube 2.0 : Alpha 7 : inquieto비용 감소 시대와 딥러닝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cost-zero-era-and-deep-learning2016-06-18T12:46:21+09:002016-06-18T12:44:59+09:00<p><a href="http://www.kiise.or.kr/newsletter/data/574_opinion.htm">한국정보과학회</a> 에 기고한 글.<br /><br />지난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둔 2016년의 세상은 1996년의 세상과도, 2006년의 세상과도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미 유행이 온지 조금 지난 딥러닝 기반 기계 학습이 사회적으로 새삼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유행에 편승하기에 앞서서 어떤 동력이 2016년 이 시기의 정보기술 중심 변화를 이끌고 있는지, 어째서 이 시점에 갑자기 기계 학습의 보편화 및 대중화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는지 간단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br /> <br />정보통신 분야 전반의 발전은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유도한다. 1990년대 본격적으로 진행된 컴퓨터 대중화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컴퓨터는 사용 분야를 점차 넓히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방법으로 여러 분야들을 바꿔 나갔다. 대표적인 분야는 금융이다. 1994년 뉴욕 증권 거래소의 한 달치 거래 틱 데이터는 CD 한 장에 넣을 수 있지만, 정확히 10년 후 2004년의 하루치 거래 데이터는 DVD 세 장에야 간신히 들어간다. 컴퓨터가 사용된 이후 금융은 더이상 인간의 힘으로만 관장할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1990년대 초의 컴퓨터가 사무 보조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일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면,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컴퓨터는 대중 보급에 힘입어 메인프레임이 아닌 사용자 수준에서도 더이상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보기술 의존적인 사회가 시작되었다.<br /> <br />1차 IT 사회 혁명은 메인 프레임을 이용한 대규모 연산 처리로 시작되어 1990년대 말 개인용 컴퓨터의 사무 및 여가 활동에의 보급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뒤에 바로 이어진 2차 혁명은 네트워크 연결의 고속화로 시작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중복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인터넷이 보급되었고, 실물 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컴퓨터에서 일어났고, 사람이 그 위에서 인간 관계를 쌓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연산 도구를 넘어서 개인적인 실제 세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도구가 되었다. 모두가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를 손에 하나씩 들고다니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정치 및 경제의 모든 현상을 초연결 아래에 편입시켰다. 2016년의 하룻동안에 일어나는 소셜 플랫폼들에서의 정치적 의사 교환의 양은 1996년의 1년치 정치 담론 텍스트의 양을 능가한다. 거의 모든 오프라인 플랫폼과 온라인 플랫폼이 충돌과 결합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본질적인 부분이 이미 변했거나 변하고 있고, 우리는 그 전환기를 맞이하는 중이다.<br /> <br />반면 경제적 변화가 정보통신 분야의 격변을 유도하기도 한다. 포디즘과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되는 20세기 초중반의 대량생산 패러다임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되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었다.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 산업이 다른 산업과 구분되는 두 가지 경제적 특징이 있다. 하나는 다른 산업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은 초기 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특출한 발전 속도의 영향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감가상각이다. 이 특징은 초기에는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 산업의 약점이었다. 그런데 사회가 정보통신 의존적인 형태가 되면서 초기 투자에 드는 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또는 감내해야만 하게) 되었다. 엄청난 수요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에서 오는 손실을 이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양산 비용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커버할 수 있게 될 때 까지의 긴 시간 간격을 높은 수요를 담보로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br /> <br />또한 빠른 감가상각은 순식간에 초저가가 되어버린 연산 유닛을 엄청나게 싸게 보급하는 길을 열었다. 표준 운송 수단이 시속 50km에서 1000km로 20배 빨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150여년이었지만, CPU가 16배 빨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1992년 백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데 드는 비용은 222달러였지만 2012년에는 0.06 달러가 되었다. 그 결과 2000년의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데스크탑 CPU 였던 1000여 달러의 Pentium 3 데스크탑의 속도보다 2012년에 출시된 35달러의 교육용 미니 컴퓨터인 라즈베리 파이 1세대에 들어가는 AP의 속도가 MIPS 기준으로 약 2배 빠르다. 모든 일상 제품에 CPU를 넣겠다는 인텔 CEO의 발언은 채 10년이 되기 전에 현실이 되는 중이다.<br /> <br />대량 생산과 빠른 발전 사이클의 결과인 연산 및 저장 자원의 저비용화는 초저비용의 하드웨어 플랫폼 및 클라우드 스토리지, 오픈소스의 공격적 확장으로 이어졌다. 동일한 정보기술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자원 비용이 너무나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1985년 1기가를 저장하기 위한 비용은 8만달러 정도였다. 1995년에는 686달러였다. 2005년에는 0.75달러였고 2014년에는 0.03달러이다. 30년동안의 저장소 비용 변화를 비율로 따지면 천만분의 3으로 감소한 셈이다.<br /> <br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중인 사물 인터넷이나 기계학습 분야의 발전은 정보기술 분야에 드는 단위당 비용의 어마어마한 감소에 따른 경제성의 변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계학습의 기반 알고리즘 중 하나인 인공신경망 이론은 이미 1990년대 말에 정립되었지만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베이시안에 기초한 데이터 기반 통계 이론에 눌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공신경망이 2010년대 중반에 와서야 빛을 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알고리즘적 발전도 있지만)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른 비용 감소이다. 딥러닝 기계 학습은 어마어마한 연산 자원과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딥러닝 모델의 학습, 검증 및 실용화는 연산및 데이터 저장/처리 비용의 지수적인 감소로 인한 한계비용의 수렴 현상으로 인하여 가능해졌다.<br /> <br />인공신경망 기반의 기계 학습은 사회적 영향 측면에서 다른 정보통신기술과 구분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IT 기술이 오프라인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는 자원 분배의 최적화와 오프라인 사업에서의 (판매 및 중개업을 포함한) 연결성 변화의 두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할 수 있다. 인공신경망 기반의 기계 학습은 여기에 더하여 특유의 유연성 및 가소성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인간이 주도해 온 3차 서비스 산업 전반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기계 학습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전문가 시스템 분야는 정보통신기술이 기존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최적화및 연결성 제공 카테고리를 넘어 인간을 대신해 오프라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br /> <br />기술이 사회를 선도하고, 사회가 기술을 바꾸는 꼬리물기의 구조 끝에 정보통신 기반구조 비용이 엄청나게 감소한 시대다. 그 결과 우리는 자판기가 매대를 대신하기 시작한지 130여년만에 자판기의 후손들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후손들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겠다.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만나고 있을테니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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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cost-zero-era-and-deep-learning">글 전체보기</a></strong></p>5. 비전 정리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52016-02-15T17:46:17+09:002016-02-12T13:53:00+09:00우리집엔 어렸을 때 부터 지겹도록 들은 가훈이 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자." 고민거리가 있으면 가훈을 떠올려서 행동하곤 했다.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내겐 우선순위를 정해준다는 점에서 인생에 참으로 도움이 되는 가훈이었다. 시간이 오래 흐르고 나니 저 교훈의 의미가 여러가지로 변주되었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해야 할 때가 있다" 는 것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가능하면 비슷한 일로 맞춰서 살아야 한다" 는 두가지가 살면서 얻은 스스로의 기준이다.<br /><br />세상엔 참 해볼만한 일이 많다. 일이 자기만족을 넘어서기 위한 중요한 점이 있다. 너무 빨리 해도, 너무 늦게 해도 안 된다. 서비스, 제품 개발부터 학술 논문까지 공통된 점이다. 세상의 속도보다 너무 빨리 가면 영향을 줄 수 없고, 너무 늦게 가면 이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일의 계단은 언제나 두 발짝씩만 앞서 밟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가는 것이 어렵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앞서 가는 것이 어렵다. <br /><br />10개월간 서비스를 세 개 만들었다. 첫 서비스는 뒤에 따라오는 두 서비스의 밑거름이 되었고, 코드 실행과 컨텐트 제공을 담당하는 두 서비스는 코드온웹으로 묶여서 공개 베타 중이다. 네번째 서비스는 프로토타이핑 및 검증 후 앞의 서비스로 합쳤다. (조만간 소개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다. 참는 법이다. '제대로' '길게' 하는 것이 때로는 중요하다. 하나의 틀 안에서 끝없는 변주를 해 봐야 한다. 래블업을 하며 짧지 않은 시간동안 배우고 있는 것은 미션으로 '하나의 틀'을 정의하고, '끝없는 변주'로 시장을 찾는 과정이다.<br /><br />성격의 탓인지 스스로의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 어려우니 할만한 일이구나- 싶다.<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5">글 전체보기</a></strong></p>4. 살아남기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4-%EC%82%B4%EC%95%84%EB%82%A8%EA%B8%B02015-10-06T10:47:23+09:002015-10-06T10:47:23+09:006개월 가까이 바빴다. 뭐든 처음에 궤도에 올리는 시기엔 정신줄을 놓기 마련이다. <br /><br />래블업은 멋진 팀이 되고 있다. 뭐든 된다는 가정이 기본이다. 어떤 아이디어에도 가장 부정적인 의견이 '좀 어렵겠는데' 로 끝난다. 연구 플랫폼의 기반을 닦은 후, 이제 첫 서비스로 코딩 교육 플랫폼을 19주째 만들고 있다. 블로그 서비스를 만들어 본 경험, 강의 평가 서비스를 만들어 본 경험을 포함해서 그동안 했던 세 명의 모든 삽질을 녹여내고 있다. 서비스 개발 조직과 연구 조직과 운영 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조직이 목표다. DevResOps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매일이 실험이다. <br /><br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며 여러 창업 팀 또는 준비 중인 팀을 만난다. 팀들을 만나며 멘토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꼭 멘토링을 받는 것 같다. 멘토링 시간이 끝나면 그 분들께 드렸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스스로의 질문에 스스로 던지는 대답들이 꽤 어설퍼서 고칠 점이 많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고칠 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너무 많이 봐서 멀리 못 보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엔 그게 심하다. 캠퍼스 멘토링 경험은 객관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얼마전 후배 결혼식 축하 식사 자리에서 지금은 교직을 휴직하시고 모 재단 이사장으로 잠시 일하고 계신 대학원 지도 교수님을 뵈었다. "너나, 나나, 이제 사회 생활은 처음 경험하는 셈이다. 네 인생에 가장 잊지 못하는 순간이 지금이 될 것이다." 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br /><br />지금까지 개발에 8, 잡무에 2 정도의 역량을 쏟았다. 이제 개발에서 2 빼서 팀 운영을 할 시기가 된 듯 하다고 생각 중이다. 이 팀으로 망하면 그건 내 탓인게 확실해지는 시점이다.<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4-%EC%82%B4%EC%95%84%EB%82%A8%EA%B8%B0">글 전체보기</a></strong></p>3. 터닦기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3-%ED%84%B0%EB%8B%A6%EA%B8%B02015-04-14T16:05:35+09:002015-04-14T16:05:35+09:00<p>한 달 반의 본격적인 준비 끝에 4월 10일이 창립기념일이 되었다.</p>
<p>할 일의 바다를 바라보며 쪽배도 아닌 대야 하나 띄우고 수영장에서 항해 연습 중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p>
<p>무엇을 하고 싶은가?</p>
<p>무엇을 할 수 있는가?</p>
<p>무엇을 해야 하는가?</p>
<p>세가지 질문은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다. 그 꼬리를 따라가다보면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길어진다. </p>
<p>밥을 먹는다. 대략 농경을 만 년 전에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지금 이 밥은 만 년 동안 발전한 생산 과정의 결과물이다. 역사는 농경의 발전 과정이 지속적인 개선이 아닌 일정한 간격을 둔 개선임을 알려준다.</p>
<p>농경에 패러다임 이론을 대입해 보면 농경 방식에는 틀이 있고, 그 틀이 오랜 시간의 지식 누적 과정을 거쳐 어느 순간에 농경의 방식을 바꾸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거시적인 발전과 미시적인 발전의 끊임없는 순환 구조를 거시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해석하였기 때문에 비판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경험상 우리가 확신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어떤 변화들은 롤러처럼, 다른 어떤 변화들은 톱니처럼 움직인다.</p>
<p style="text-align: center;">*</p>
<p>뭘 할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았다. 현재 연구 바닥은 '꼬지다.' 현재의 컴퓨터 기반의 많은 연구와 그 진행은 기술적으로는 발전하고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지루하게 오래된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계산기만 좋아지고, 이를 둘러싼 시스템은 그대로다.</p>
<p>연구 발전의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들은 모두 연구 방법론 및 공유 과정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표준화 된 연구 방법론 (연구 / 논문 작성 / 공유) 의 문제점은, 이것이 고전적 과학 탐구의 발전에는 적절한 방법론이지만 연구로 인한 실제적 성과를 공유하는 좋은 방법론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방법’ 의 구체적인 공유가 ‘연구자’ 에게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못하는 학계 구조에 기인한다. 개인적으로 꼽아본 최근 15년 안의 연구 분야 최대의 혁신은 구글 스칼라였다. 그 다음 혁신은 오픈억세스 저널. 그 다음은? 개별 연구 분야들의 혁신은 있었지만 "연구활동" 그 자체의 가치 부여에 대한 준거는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연구와 가치 창출이 특허를 중심으로 이분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걸로도 한 꼭지가 될테니 미뤄두고,</p>
<p>그래서 뭘 하고 싶느냐? 연구 과정을 현대에 맞게 개선하여 연구 활동에 대한 가치 부여 기준을 바꾸는 일을 나름의 방향을 갖고 해 보려 한다. 컴퓨터가 연구자들의 잡일을 줄여주고, 말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기여하고, 그 과정을 다른 단계로 올리는 작업.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컴퓨터와 이루어내는 진보를 어떻게 가속할 지 고민도 하고.</p>
<p style="text-align: center;">*</p>
<p>그런데 어떻게 이 바닥을 바꿀 것인가? 생각이 끝난 후 정말 복잡한 것은 '무엇을' '왜' 부분이 아니라 '어떻게' 부분이다. 생각은 쉬운데,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혼자 해서 될만한 일들이 있고 불가능한 일들이 있는데, 이번 일은 후자에 들어가는 일이다. 처음부터 조정 경기를 할 수는 없으니 일의 바다로 나아가기 전에 대야를 수영장에 일단 띄웠다. </p>
<p>주위를 돌아 다니며 여기가 사대문 안 자리인지 아직 왕십리인지 확인하면서도, 고민보다 몸이 먼저 바쁜 나날들이다. 할지 말지 고민할 시간에 그냥 해 보고 판단하는게 스타일이라 그런가보다.</p><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3-%ED%84%B0%EB%8B%A6%EA%B8%B0">글 전체보기</a></strong></p>2. 직업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2-job2016-06-18T12:47:20+09:002015-02-25T23:18:00+09:00<ol start="2">
<li>직업<br /><br />이제 한 달 된 이야기.<br /><br />1월 초부터 백수가 되니 수능 이후 처음 생긴 시간이라 한 번 신나게 놀아보려 했는데, 열흘을 채 못 놀고 나니 놀 거리가 떨어졌다. 순수한 놀이는 제약이 걸려야 재미있다. 희한한 사실이지만 제약이 없어도 재미있는 행동은 놀이가 아니라 거의 다 일의 범주에 들어가는 행동이다.<br /><br />그럼 이제 무슨 일을 해볼까 고민을 시작했다. 어려운 고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잘 적어 놓은 아이템 노트 및 연구 노트 몇 년 치가 있으니 그중 하나를 골라 하면 될 일이다. 1/3 정도를 읽고 나서 포인트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았다. 지금 해야 할 고민의 대상은 '해야 할 구체적인 일'이 아니라 '나'였다.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br /><br />문득 지난 십 년 동안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한 번 돌아보았다. 간단하게 줄이면 물리학자가 하고 싶었으니 물리학자가 되었는데, 그 과정 중 여러 일이 있었다. 날이 선 채로 살아온 시간을 죽 적어보다 보니 어쩐지 주저리주저리 길어서 머릿속에서 싹 지우고 다시 생각해 보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은 넘치고, 삶은 너무 짧다.<br /><br />딱히 엄청나게 잘하는 것이 없으므로 딱 맞는 일을 찾기가 어렵더라.<br /><br />연구는 즐겁고 재미있다. 머리에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몇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내 분야의 사이클이 너무 느리다. 박사 과정 시절 지도교수님과 속도에 관한 내용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요새 학계에서 발표되는 연구 중 많은 내용은 산업계의 bleeding edge의 몇 년 늦은 재탕이다. 이는 순수 과학을 제외한 다른 분야들이 거대과학 시대 이후에 공통으로 밟는 과정이기도 한데, 여러 분야의 연구와 해당 연구의 실용화의 시간 간격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다 보니 두 분야의 도달점이 어느 순간 역전되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학계와 업계 양쪽에 발을 걸치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많이 눈에 밟히게 되었다. 경계선 위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서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엄청나게 끌리는 돌파구 또는 그걸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한 연구는 당분간 취미의 영역에 남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br /><br />자신을 남이라고 가정하고 어떻게 조언할지 생각해보았다. 결과적으로 직업 또는 직업군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맞는 답이 없을 때 자꾸 끼워 맞추려고 하면 근사해만 구할 수 있는데, 그걸로 만족할 수 있는가?<br /><br />얼마 전 zero to one이란 재미있는 책을 선물 받아 읽었다. 독서 후 깨닫게 된 점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스스로 예상하는 미래가 있고, 그 예상이 확신의 영역에 있고, 예상이 확신으로 변하는 과정에 독특함이 필요한 일이라면 해 볼 만한 일이다. 그게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사람보다 '특히'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 일의 경우 미래에 대한 확신은 신념이 되고, 그 순간부터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원동력이 된다.<br /><br />그 기준으로 아이템 노트와 연구 노트를 펼쳐놓고 가부를 따져 보았다. 답은 결국 박사 학위 후 연구원 기간에 시작하려고 했던 일과 반쯤 겹치는 목표였다. 노트의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처음 적힌 날짜가 2011년이니, 아이디어부터는 삼 년 반, 본격적으로 꺼냈던 시점 부터는 일 년 반 돌아온 셈이다. 생각해보니 돌아온 덕분에 시행착오를 많이 줄인 듯 하다. 황은진씨와 앉아 토론하며 대충의 방향을 잡은 후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 문제가 아니면 훨씬 많이 만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br /><br />아직도 현대화되지 않은 많은 연구 분야의 구조적인 뒤떨어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용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지금의 방향으로 구체화 된 지 이제 한 달이 되는 날이라 정리해본다.</li>
</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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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2-job">글 전체보기</a></strong></p>1. 시작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1-starting-startup2016-06-18T12:48:00+09:002015-01-27T23:24:00+09:00<ol>
<li>시작<br /><br />사람 만나기는 어렵다. 삶엔 다양한 무게의 관계가 존재한다. 작년은 많은 사람들을 만난 한 해였는데, 다른 해와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던 해였다.<br /><br />꽤 오랫동안 학계에 있었다. 어쩌면 운이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동안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자'로 불리기에 적당한 일종의 캐릭터가 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인생의 길은 아니니 그 쪽에 대한 개념은 옅고, 하나의 시스템을 놓고 오랫동안 관조하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무게중심이 묘하게 다르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바깥 사람들은 흔히 '자존감'으로 부르는 그 캐릭터는, 실은 자연에 대한 무력감과, 그 안에서 끊임없는 탐구와 관조를 통해 만들어진 개인의 프레임에서 오는 자존감과, 인지하지 못하는 미지에 대한 궁금함에서 비롯된 명랑함과, 현실을 어찌하지 못함에서 오는 우울함이 뒤얽힌 중첩상태에 가깝다.<br /><br />이러한 삶의 태도가 주는 장점이 하나 있는데, 삶의 추력을 자가발전한다는 점이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일반적인 밖의 시선을 통해 정당화할 필요를 덜 느낀다. (복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부질없음과 안분지족의 감정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삶의 동력은, 확 불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작대는 군불에 가까운 열정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 또한 그 일부이니 그런 열정의 일부를 동력 삼아 살고 있다.<br /><br />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스카우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작년 중순즈음 리크루팅을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 분들에게 받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냐고" 하는 물음 뒤에 이어졌던 질문 두 가지가 있다. 회사 대표냐는 질문과, 지분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최근까지 그 두 가지 물음이 스스로의 태도와 어떠한 상관 관계가 있는지 이해를 하지를 못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주지 못했었다. 대표도 아니고 지분도 거의 없다고 하자 모두들 머리를 흔들고 떠났는데, 그 분들이 주셨던 인생의 충고인 즉슨 왜 그런 곳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냐는 이야기였다. 그 분들이 던져 주셨던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요새 들어서야 인생 퍼즐을 맞춰보며 '나는 참 어리석었구나.'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는 중이다. 어쩐지 근자감이 들어 찾아보니 이십여년 전 중학교 시절에 해 둔 생각의 조각이 있다. (인생 전산화 1세대의 장점이다.)<br /><br />"사람마다 삶의 연료는 다른 것을 늦게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이 관조적 시점 특유의 나이브함과 적절히 배합되어 불현듯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세상의 본질에 대한 궁금함의 무게감은 놀라울 정도로 가벼우며, 인생의 가치는 사람의 수 만큼 존재한다는 굉장히 단순한 사실. 사랑, 증오, 열정, 좌절의 무게는 생각만큼 가치있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자본은 모든 인간 활동에 가치를 매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그 덕분에 인류는 활동이 아닌 저러한 존재 가치들까지도 계량화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을 정도로, 놀라울만큼 자기 비하에 빠졌다."<br /><br />그러니 지금 깨닫는 여러가지 것들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중학교 시절부터 알던 점들이다. 그런데도 스스로의 행동 원리가 그 위에 서 있지 않고 역시 같은 시기에 갖게 된 이상론에 치우쳐 있는 이유는 역시 비슷한 시기에 물리학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내가 맞으니,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이십여년이 지나 꼰대로 진화하기 전에 늦게나마 오만한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아직 세상을 바꾸려다 세상에 맞춰 이그러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기 전이라 다행이다.<br /><br />그리하여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이전까지의 삶이 무엇인가를 바꾸어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였다면, 앞으로의 삶은 그 무엇인가들이 나를 자신들에 맞게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인생을 통해 잘못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엉뚱한 답만 나오니 우선 맞는 문제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먼저였다.<br /><br />흔히들 열정의 무게라고들 부르는 '몰입의 가치'가 한없이 가벼운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라 하나 알게 된 것도 있다. 상대성이론에 대한 한 줄 설명은 '공간에서의 물질의 최대속도는 광속' 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물리학을 듣던 어느 밤에, 포벡터만 놓고 보면 '모든 물질은 광속으로 동일한 속도로 시공간을 달린다' 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밤잠을 설쳤다. 동일한 사실에 대한 다른 철학적 관점이 개성을 만든다. 열정의 질량은 한없이 가볍다. 열정의 무게는 배고픔 앞에서 한낱 티끌만큼의 가치도 없을 그 질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정의 속도가 상대론적으로 만들어낸다.<br /><br />그러니, 이젠 어느 방향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볼 지 정해야 할 시간이다.</li>
</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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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1-starting-startup">글 전체보기</a></strong></p>0.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02015-04-04T02:35:53+09:002015-01-26T23:42:00+09:00<p>0.</p>
<p>은진과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된, 일주일을 잘못 세고 있었다는 사소한 사실에 대한 깨달음 덕에 발을 잠시 멈추었다. 오늘은 18일이 아니라 25일이었고, 생각하느라 어딘가로 갈아 넣은 일주일은 이상한 모양이 되어 나와 있었다.</p>
<p>근 15년동안 (아마 거슬러 올라가면 20년은 족히 넘을 것이다) 이어진, 강박에 약간 묶인 것 같기도 했던 계획대로 살며 기록을 끝없이 남기며 살아오던 시간표에 조그만 구멍이 뚫렸다. 편의상 그 구멍을 '화이트홀' 로 부르기로 하자. 블랙홀로 한 번 들어간 후 희한한 결론을 부여잡고 나오게 된 구멍이니까.</p><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0">글 전체보기</a></strong></p>X-Men: Day of Future Past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X-Men-Day-of-Future-Past2015-04-04T02:21:05+09:002014-05-26T21:33:36+09:00X-Men: Days of Future Past <br />고문관: 어제같은 내일의 반복(되는 야근) <br /><br />주의) 스포일러 투성이이지만 사람에 따라 전혀 스포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r /><br />어느새 고문관 시리즈도 7편이네요. <br /><br />잘나가는 IT 기업 F가 있습니다. 소스트리의 관리는 유지보수에 역점을 주는 X파와, 리팩토링을 주장하는 M파가 아웅다웅 균형을 이루며 어느새 리비전 번호도 2030대를 찍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낙하산 인사로 시작된 조직이 가비지 코드들을 소스트리에 마구 집어 넣어서, 회사의 메인 소스 코드는 영 못 쓸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br /><br />몰릴때까지 몰린 X팀과 M팀의 PM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합니다. PM들은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우리 팀에 형상관리도구에 능한 팀원이 있으니, 소스를 롤백합시다.” PM들이 소스트리를 리뷰한 결과, r1973 에 blame을 당할 커미터인 @Mystique 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원래는 낙하산을 막아보고자 했던 시도로 특정 디렉토리를 날린 것으로 보이는데, 디렉토리가 날라간 상황이 오히려 해당 디렉토리에 대한 코드 리뷰어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었죠. PM들은 소스를 롤백하고 적당히 머지하면 지금같은 악몽의 소스트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습니다. 팀장이 직접 롤백 후 작업을 하려 했지만, 작업량이 엄청나서 체력이 좋은 팀원이 그 일을 대신 맡기로 합니다. git에 능한 팀원이 r1793 정도에서 새로 브렌칭을 내고, 소스코드를 아주 사정없이 찢기로 유명한 체력이 좋은 팀원 W가 야근에 투입됩니다. 그는 과연 무사히 새 브렌치를 감독하고 커밋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가오는 듀에 따라 메인 소스 트리가 손쓰기가 불가능해지기 이전에 최종적으로 master 트리를 대체할 수 있게 될까요? <br /><br />영화가 계속되면서, 체력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팀원 @Wolverine 은 과거의 소스코드를 통해 자신이 우러러 마지 않던 PM들도 예전엔 풋풋한 프로그래머였음을 발견합니다. 또한 @Mystique 도 막장 프로그래머가 되기 이전에는 리팩토링과 유지보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커미터였음을 알게 됩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씀드리면, 새 브렌치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기한 안에 롤백 및 기능 재구현에 성공하게 됩니다. 롤백을 마치고 야근에 지쳐 쓰러진 @Wolverine은, 박카스 약효가 떨어지고 출근한 직장에서 fetch를 통해 전송되어 온 멀쩡한 master 트리를 보게 됩니다. git log를 봐야하겠다는 @Wolverine의 말에 팀장은 웃으며 반겨주죠. "Welcome back."<br /><br /> X-Men: Days of Future Past 은 형상관리도구의 훌륭함에 대해 대중적으로 접근한 영화입니다. 터미네이터를 위시한 비슷한 영화들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 엑스맨은 팀 작업에서 형상관리도구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반 10여분 씬은 branching 과 rebase가 얼마나 훌륭한 기능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형상관리도구의 장점을 잘 설파하지만 동시에 subversion의 단순 롤백의 한계를 트릴로지를 통해 묘사합니다. 그러나 고문관 시리즈는 이번 영화를 통해 git이나 mercurial 등의 분산형 형상관리도구가 어째서 훌륭한지를 몇가지 명료한 예들을 통하여 보여줍니다. 기존 트리가 망가지는 동시에 @Wolverine이 롤백 작업을 하는 장면은 브렌치별 동시 작업의 예를, 최종적으로 롤백 후 코드 목표 수정이 끝난 후 한번에 머징하는 부분은 작업이 완료된 후 rebasing을 하면서, 심지어 master 트리조차 대체할 수 있는 강점을 대표하는 예입니다.<br /><br /> 최근 형상관리도구의 도입은 IT업계 및 관련 학계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들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사용성의 편리함 및 레거시 유지로 선형 형상관리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지요. X-Men: Days of Future Past 를 통하여 cvs나 subversion을 넘어 분산형 형상관리도구들이 어떤 점에서 더 유리한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br /><br />덧) 더불어 고문관 시리즈 자체도 롤백해버리는 브라이언 감독의 위엄이 대단했습니다.<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X-Men-Day-of-Future-Past">글 전체보기</a></strong></p>MAA 8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MAA-82014-04-09T12:45:49+09:002011-06-13T11:37:57+09:00<p>6월 2일부터 5일까지 위스콘신 주의 밀워키에서 열린 '마취 상태에서의 기억과 인식에 관한 8회 국제 심포지움The 8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Memory and Awareness in Anesthesia' 에 연구 발표차 다녀 왔습니다.</p>
<p>밀워키는 미시간 의대가 자리잡고 있는 앤아버에서 차로 약 대여섯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밀러 맥주 공장이 매우 유명한 도시입니다. 시카고가 그렇듯 마치 바닷가에 자리잡은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도시인데, 바다처럼 보이고 갈매기가 나는 그 곳은 북아메리카 대륙 윗쪽의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 호수 입니다. 오대호는 간빙기때 빙하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긴 거대한 호수입니다. 미시간 호수는 우리 나라가 통째로 들어갈만큼 크기라 꼭 바다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마취 분야의 심포지움이라 거의 모든 참석자 분들이 의학박사 분들이었습니다. 물리학과 출신은 전무하다고 해도 될 정도여서, 자유롭게 하고 온 복장까지도 신경쓰이는 자리였습니다. </p>
<p>의식에 관련된 연구는 뇌과학 분야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식은 동물에게 아주 당연하게 나타나는 (심지어 이 글을 읽는 것 조차도 의식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현상이지만 어떻게, 왜 의식이 발현하는가에 대한 이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식이 무엇인지를 먼저 명확히 해야 의식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하여 의식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 위한 시작은 의식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중 가장 흔한 것은 수면 상태입니다만, 잠은 원할 때 마음대로 원하는만큼 깊이 재울 수가 없어서 실험을 할 때 번거롭습니다. 마취약을 사용하면 무의식을 자유롭고 손쉽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에 관련된 많은 연구들은 마취학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p>
<p>본격적인 발표는 이틀째 부터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발표들이 몇 있었는데, 하나만 꼽아보자면 흔히들 '몸이 기억한다' 는 표현을 쓰는데, 그 현상에 대한 연구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임/ 왜?) 가 인상적이었습니다. :)<br /><br />지금은 우즈홀에 위치한 해양 생물학 연구소에서 거대 축색돌기 실험을 배우고 있습니다. 백여개 단위의 뉴런들이 만들어내는 신경 진동자에 대한 강의를 함께 듣고 있는데, 나중에 요약해 보겠습니다.</p><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MAA-8">글 전체보기</a></strong></p>@산타페 연구소Jeongkyu Shin//reciphys.nubimaru.com/entry/visiting-santa-fe-institute2011-06-16T00:42:36+09:002011-05-30T14:21:00+09:00<p>5월을 맞아 19일부터 24일까지 뉴멕시코에 위치한 산타페 연구소에 다녀 왔습니다.</p>
<p>혜진님이 계시기도 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무리를 해서 일정을 잡아 보았습니다. 따로 목적을 정한 여행은 아니었기에 복잡한 일들이 해결된 틈을 타 얼른 예매하고 열시간을 날아 뉴멕시코로 향했습니다.</p>
<p>산타페 연구소는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곳이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라니 위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그럭저럭 맞아 들어 갔지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타페 도심은 예술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덕분에 상세한 계획 없이 갔던 산타페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거리와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엔 연구소의 포닥 분들과 파티를 열어 이상한 한국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고, 월요일엔 앨버커키까지 오신 남운님과 함께 식사도 함께 하고 El Farol에서 늦은 저녁을 보냈습니다.</p>
<p>산타페 연구소는 복잡계 학제간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된 연구소입니다.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사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많은 관점들이 태어난 곳입니다. 그래서 어떤 곳일까 자주 상상해보는 연구소 중 한 곳이었습니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유동 인구가 상주 인구보다 훨씬 많고 실험 연구소가 아닌 이론 연구소라는 특징 때문이겠습니다. 떠나며 남은 인상은 '참 자유로운 곳' 이라는 인상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연을 만들어 날렸는데, 그 파란 하늘이 쉬이 잊혀지지 않습니다.</p>
<p>지난 일 년 동안 타향 살이보다 어려운 것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부담이었습니다. 경제 물리학 공부를 잠시 접어 두고 미국으로 건너와 의대에서 뇌과학을 공부하며 굉장히 많은 것들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공부한 것이 많지 않다보니 의대에서의 기본적인 태도는 "배움" 이었습니다. 그나마 생물리학이나 뇌과학등 여러 관련 과목들과 프로젝트들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럭저럭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일 년이 못되는 기간동안 새로운 것을 배운 만큼이나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잃었었나 봅니다.</p>
<p>산타페에서의 경험을 요약하자면 '재적응 기간' 이라 이름 붙여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정말로 오래간만에 익숙한 언어와 낯익은 용어와 반가운 표현들을 들으며 얻은 만큼 잃었던 것들이 무엇들이었는지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는 같은 길이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을 어떤 목적에 썼다는 것은 다른 어디엔가 쓰일 수 있었던 시간을 덜 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산타페에서의 일주일은 미국에 와서 얻었던 것을 대신하여 잃었던 것이 어느 만큼 이었는지 떠올리고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p>
<p> </p>
<p><div class="imageblock center" style="text-align: center; clear: both;"><img src="https://reciphys.nubimaru.com/attach/1/1053825738.jp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364" width="650" /><p class="cap1">태양과 모래의 도시에서.</p></div></p>
<p>덧) 이상한 손님 따뜻하게 맞아주신 윤박사님 감사해요!</p><div class="fb-like" data-href="/entry/" data-layout="standard" data-action="like" data-show-faces="true" data-share="true"></div>
<div class="fb-comments" data-href="/entry/" data-width="650" data-numposts="3" data-colorscheme="light"></div><p><strong><a href="//reciphys.nubimaru.com/entry/visiting-santa-fe-institute">글 전체보기</a></strong></p>